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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제주의 바다숲과 함께 [티하우스 오온 팝업]


 제주도의 티 하우스 오온에서 얼마 전에 Tea Talk Table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의 성수에서 팝업을 진행했었는데요. 총 3주간 매주 다른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첫 주는 꺾이지 않는 마음, 둘째 주는 사랑에 관한 태도, 그리고 셋째 주는 봄을 기다리는 자세라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였고, 저는 셋째 주에 다녀왔습니다!

Tea, Talk, Table 포스터

 

숲이 바다라면, 바다가 숲이라면

이미 팝업이 끝나버려서 자세한 주소와 영업시간은 생략하고, 팝업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 행사는 티 소믈리에가 직접 블렌딩 한 허브티(Tea)와 조향 한 향을 느끼며,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이야기(Talk)를 테이블(Table)에 모여 앉아 나누고 기록하는 모임형 클래스라고 소개가 되어있었습니다.

실제로 티 하우스 오온의 티 소믈리에님이 오온과 올티스, 우연못의 티를 가지고 싱글티를 내어 주시거나 블렌딩 해서 주셨고, 직접 제주 바다숲의 향을 옮겨와 차를 마시며 그 향을 함께 맡아볼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옆에 앉은 분과 다우가 되어 직접 차를 우려 볼 수 있도록 중국식 다례 방식을 알려주셨고, 책의 구절을 읽고 함께 대화를 나누며 우리의 몸과 마음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바다숲 설명 책자와 나에게 쓰는 편지지


 오온의 티 소믈리에님은 제주도에서는 지나가다 바닷가에 앉아 차를 마시고, 숲을 다니다가 잠깐 머물며 차를 마셔도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만큼 자연과 가까운 환경이지만, 서울에서는 길을 걷다가 장소가 마음에 든다고 갑자기 앉아 다구를 세팅하거나 차를 마시는 게 번거롭고 이상한 일이 되는 게 아쉬워서 제주도의 바다와 숲을 서울에 일부 옮겨보는 이 팝업을 기획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저도 서울에서는 집 뒷동산에 차를 담은 텀블러를 가지고 가는 게 아니라면, 보통 번거롭거나 이상하지 않은 실내에서 차를 즐기는 편인데요. 시골집에 가면 텀블러나 간단한 다구를 들고 지나가다 맘에 드는 강가나 바닷가 혹은 아무 정자에서 잠깐 앉아 차를 마시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기획이 더 반가웠었던 거 같아요.

풀 숲, 제주

감귤 샐러드, 흑임자 경단과 튀일, 감태 판나코타

처음엔 오온의 허브차와 제주의 감귤밭을 주제로 한 귤 샐러드를 페어링 해서 먹었습니다. 조개껍데기처럼 생긴 그릇 위에 귤 샐러드를 올려 두었는데, 그 모습이 이미 바다로 둘러싸인 제주 감귤 밭을 떠올리게 해서 귀여웠습니다.

이 차는 조릿대, 뽕나무 잎, 우엉, 생강, 박하를 블렌딩 해서 만들었는데, 장대비가 내린 다음 날 제주의 새벽 숲 속 축축한 흙과 풀, 나무 향을 이 차에 담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우엉이 흙 향을 내고, 화한 박하가 풀 향을 내고 뽕나무 잎 등이 좀 더 무거운 향을 주어 우리에게 선물하고자 한 그 숲이 이미지로 연상되었고, 함께 주신 제주의 향이 담긴 오브제와 가게에 깔린 사운드가 숲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서 너무 좋았습니다.
 

청차, 2022

청차를 우려 볼 다기들

우리나라 제주에서도 청차를 만든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두 번째 메뉴는 올티스의 청차와 흑임자 경단과 튀일을 페어링 해서 주셨습니다. 특별하게도 이번엔 저 사진 속 다구들을 사용해서 둘씩 짝을 지어 직접 차를 우려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매우 귀한 경험이었답니다.

차를 우리는 방식을 중국은 예술적인 부분을 중요시해서 다예라고 하고, 한국은 제례를 올리듯 예의를 중시해서 다례, 일본은 사무라이의 도 사상을 따와 다도라고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날은 중국의 다예법을 따라 차를 우려 볼 수 있게 자세를 잡아 주셨습니다.

허리와 어깨를 쭉 펴서 수직을 맞추고 팔을 가지런히 테이블 위에 올려 수평을 맞추고 고개를 바로 하고 개완은 손목만 사용해서 물방울이 다 떨어질 때까지 기울여주는데, 이 시간이 요가의 명상 시간과도 닮아 있어서 마음이 점점 차분해지고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집에서 엄청 편하게 차를 막 우려 마시는 편이었는데, 이 시간 덕분에 차를 우리는 자세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청차의 첫맛은 솔직히 대만이나 중국의 청차보다는 우리나라의 녹차와 더 닮아 있었는데요. 좀 더 부드럽고 고소한 녹차의 맛 같던 청차가, 몇 번 우린 뒤 계화를 블렌딩 하니깐 흔히 마시던 그 청차의 향과 맛과 비슷하게 된 게 좀 신기했어요.

마지막엔 눈으로도 즐겁게 마시기 위하여, 봄의 상징- 벚꽃을 찻잔에 띄어 주셨습니다.
 

봄을 기다리는 자세

제주도를 옮겨온 듯 이끼와 꽃 조개 껍데기 등으로 꾸며둔 가게 뒤편 공간

마지막엔 우연못의 홍차를 베이스로 한 홍차 뱅쇼와 감태 판나코타를 주셨고, 입가심을 할 수 있게 백차를 베이스로 한 냉침 차도 주셨습니다.

백차를 마시는 동안 오늘의 향과 맛을 기억하며 우리의 몸과 마음에게 글을 남기는 시간도 가졌고, 봄과 관련된 책 구절도 읽어 주셨습니다. 봄과 관련된 꽃들 - 목련, 매화, 벚꽃 등도 책을 통해 보면서 서로 오늘 어땠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며 마무리했습니다.
 
읽어주신 책은 일일시호일이라는 영화의 원작인 매일매일 좋은 날의 한 구절이었는데, 어떤 구절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저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닷속에서 물고기들과 함께 나무 사이를 거닐고
새들과 함께 숲 속을 유영할 수 있는
나의 작고 넓은 바다 숲.

 

맛있는 거 먹고 많이 웃고 행복하세요